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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 세금 통지서가 날아왔어요, 독일 반려견 세금!

by NovemberJ 2024. 1. 30.

 

얼마 전에 2024년도 제 반려견에 대한 세금 고지서가 날아왔답니다.

네, 제가 사는 이곳 독일에서는 반려견에 대한 세금을 납부합니다.

물론 지역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고, 간혹 면제가 되는 도시도 있습니다만, 독일의 거의 모든 지역에서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들은 반려견을 등록한 후 세금을 납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독일과 인접한 스위스,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룩셈부르크도 이 제도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세금 고지서를 공개합니다

 

이것이 제가 받은 세금 고지서인데, 제일 먼저 'Angaben zum Hund'라고 되어 있습니다. 직역하면 '강아지에 대한 정보'라는 뜻입니다. 

저는 한 마리를 키우기 때문에 Ersthund라고 명시되어 있고, 다음에는 종별을 나타내는 Malteser, 마지막으로는 저희 아이의 등록번호가 기재되어 있습니다.

 

그다음 항목을 보면 'Hundesteuer', 즉 강아지 세금액입니다.

2024년 일 년 동안 제가 내야 할 세금은 총 96유로인데, 이것은 지난해 하반기에 오른 금액이고, 제가 사는 지역이 세금이 조금 높은 편에 속합니다.

어쨌거나 한 달에 8유로 정도의 금액이니까 한화로 치면 대략 만 원 정도의 금액인 것 같습니다. 

 

아래쪽에 'Fälligkeit'이라고 적혀있는 것은 세금을 납부해야 하는 기한입니다. 

독일에서는 날짜를 거꾸로 쓰기 때문에 01.07.2024, 즉 2024년 7월 1일까지 납부하라고 명시되어 있는 것입니다.

 

반려견 세금은 왜?

그렇다면 이 세금이 도대체 어디에 쓰이는지 궁금하실 텐데요, 이 세금은 지역의 자치단체에 전달되어 동물보호소에서 발생하는 비용도 충당하고, 지역의 반려견 청소 또는 관리, 애견 공원에 대한 유지 비용 등으로도 쓰인다고 합니다.

 

실제로 저는 강아지 대변 봉투를 거의 사지 않습니다.

동네 곳곳, 특히 공원이나 잔디가 있는 곳, 반려견 산책이 많은 길 쪽에는 반려견을 위한 대변 봉투가 늘 마련되어 있고, 얼마든지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세금을 내는 독일의 반려견들은 어디서나 당당합니다.

음식점이나 까페에 당당히 들어갑니다. 버스나 반, 기차도 견주와 함께 당당히 탑승합니다.

물론, 반려견에 대한 기본 교육은 모든 견주들의 몫이지만 독일 사람들은 반려견에 대한 교육을 매우 중요시하고 잘 되어 있는 문화입니다. 독일에서 반려견은 특별한 친구이며, 이런 문화적 합의 때문에 서로에게 불편을 초래하지 않고 함께 잘 지낼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반려견 문화에 대한 글은 추후 다시 포스팅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러한 독일의 반려견 세금제도는 1809년에 처음 도입되었다고 하는데요, 시작은 전염병을 통제하려는 조치였다고 합니다. 무분별하게 개체 수가 증가되는 것을 방지하여 광견병에 대한 위험을 줄이고자 시작되었다고 전해집니다.

 

반려견이 여러 마리인 견주들은 그에 따라 세금도 더 내야 하는데, 맹견으로 분류되는 품종들은 세금 부과액도 다릅니다.

하지만 시각장애인을 위한 안내견이나 의료견, 구조견, 군견들에 대해서는 세금이 면제되고, 강아지 사육사나 딜러들도 세금을 면제받을 수 있습니다. 사회 보조를 받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세금 면제 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다음은 2020년 기준, 독일 여러도시에 대한 반려견 세금 규정입니다. 

 

오른쪽 'Gefährliche Hund'라고 명시되어 있는 것이 맹견에 대한 세금액입니다. 일부 'Normale Hund'와 같은 금액으로 부과하는 도시도 있지만 대체로 작게는 3배에서 10배의 세금을 더 부과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맹견에 속하는 견종으로는 불테리어, 스탠퍼드셔 불테리어, 아메리칸 핏 불 테리어, 아메리칸 스태포드셔 테리어가 해당됩니다. 

 

개인적으로 대한민국의 유기견에 대한 기사를 접할 때마다 마음이 너무 안 좋습니다.

특히 무분별한 번식장의 모습은 참혹하기까지 합니다. 

반려견 세금제도에 대한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저는 대한민국도 이의 장점을 잘 활용하여 더 건강한 반려견 문화를 정착시키는 수단으로 반려견 세금제도를 도입해 보길 희망하고 있습니다.

인간도, 함께 사는 동물들도 모두가 행복한 나라이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