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 살면 독일어가 너무 필요한데, 저에게 넘어야 하는 가장 큰 산은 다름 아닌 독일어랍니다.
어쨌든 저는 틈틈이 독일어를 공부합니다.
하지만 문법만으로는 언어 공부의 한계가 있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저는 가끔씩 동네 도서관에 들러 독일어 동화책을 빌려와서 읽으려고 노력합니다. 어린아이들을 위한 동화책만큼 좋은 언어도구는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지난주에도 동네 도서관에서 동화책 두 권을 빌렸습니다.
제가 책을 고르는 기준이란 딱히 없습니다.
주제별로 코너들이 나뉘어져 있기 때문에 관심 가는 주제를 먼저 정하고, 되도록 짧은 이야기로 쓰여 있는 것, 그리고 문장 배열이 간결해 보이고 읽기 편하게 되어 있는 것 중에서 큰 고민 없이 고릅니다.
하지만 동화책이다 보니 그림이 예쁘고 마음에 들면 더 쉽게 손이 가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표지가 마음에 들어서 골랐는데
제가 고른 책 중 한권은 'Für immer'라는 제목이었는데, 작고 예쁘지만 조금은 슬픈 표정을 가진 어린 남자아이가 제 눈길을 끌었습니다. 고를 당시에는 내용을 전혀 몰랐는데 집에 가져와서 읽어보니 생각보다 좀 더 슬프고, 그러면서도 어쩌면 인생의 심오한 의미가 들어있다고 하면 좀 과장일지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아빠를 일찍 여읜 어린 아이의 마음이 담겨 있지만, 깊은 심연의 슬픔이 느껴지는 내용이어서 전 좀 울컥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전 이 동화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따로 필사도 해 두었고, 이곳에 소개를 해 보기로 하였습니다.
하지만 전문을 공개하는 건 좋지 않을 것 같아서, 함께 공부하는 차원으로 앞부분만 일부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해석은 제 임의로 한 것이기 때문에 다소 오류가 있을 수도 있겠습니다.)
Die Blumen vor unserem Haus sind dieselben.
우리 집 앞의 꽃들은 (늘) 마찬가지예요.
Die Ampel an der Kreuzung ist dieselbe.
교차로의 신호등도 (늘) 똑같아요.
Und auch der kleine Lotto Laden auf der anderen Straßenseite sieht aus wie immer.
그리고 길 건너편에 있는 작은 로또가게도 평소와 똑같은 모습으로 보여요.
Trotzdem ist der Weg in den Kindergarten ganz anders als sonst.
그런데 유치원 가는 길은 평소와는 완전히 달라요.
Aber jetzt ist sowieso nichts mehr, wie es war...
어쨌거나 지금은 예전 같은 건 아무것도 없어요.
Ich heiße Egon und bin ein Zurückgebliebener.
내 이름은 에건이고요, 남겨져있는 아이예요. (아빠가 돌아가신 것을 의미하는 것 같습니다)
Aber nicht so, wie ihr vielleicht denkt, denn zurückzublieben, hat nichts mit Dummheit zu tun.
그런데 그렇지 않아요, 아마 당신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남겨져 있다는 건 바보 같은 거랑은 아무런 상관이 없어요.
Zurück bleiben die, die jemanden verloren haben.
Für immer.
남겨진 건 이런 거예요. 누군가를 잃은 사람이에요. 영원히.
(생략)
이 동화책 안의 모든 삽화에서 늘 아이는 저 주홍빛 연을 들고 있습니다.
아픈 아빠와 함께 만든 연인 듯 보입니다.
아이를 위해 병상에서도 열심히 연에 붙일 살을 다듬어 주는 아빠의 모습이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이후에도 내용은 깊이 있게 흘러가고, 소년은 한 아이의 아빠가 되어 주홍빛 연을 날리는 아이를 바라봅니다.
마치 어른들을 위한 작품 같기도 한, 느낌 있는 동화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살펴보고 싶은 표현들은
단어들은 어렵지 않게 구성되어 있지만 여러 가지 표현들을 눈여겨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동화의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슬쩍 훑어보자면 우선 vor, an, auf, in 등의 전치사 뒤에서 3 격이나 4 격으로 변화하는 정관사들이 눈에 띕니다.
wie 또는 als를 사용하여 표현이 다채로워지는 것들도 흥미롭습니다.
zurückbleiben이라는 동사의 다양한 변화도 재밌습니다.
우선 '남겨진'이라는 수동의미로 쓰일 때 geblieben으로 변화한 점,
zu를 사용하여 '~한 것'의 의미로 쓰고자 할 때는 zu를 가운데로 넣어주는 점,
마지막으로 zurück과 bleiben을 떨어뜨려서 의미를 전달한 점이 마치 언어유희 같아서 제 눈길을 끌었습니다.
** 작가는 Kai Lüftner, 1975년 생이고 코미디 작가이자 음악가이며 동화책을 쓰고 있다고 합니다.
** 그림은 Katja Gehrmann입니다. 일러스트레이션을 전공한 그녀는 많은 그림책을 출판했으며 Goose the Bear라는 작품으로 Troisdorf 장학금을 받았다고 합니다.